영화의 주인공은 칠레에서 살고 있는 스페인 출신의 가난한 이민자 리카르도 리아뇨. 젊었을 때는 권투 프로모터이자 쇼 비즈니스 프로듀서로 일했다. 이젠 머리도 빠지고 이빨도 없는 쇠락한 80대의 리카르도에게 감독은 카메라를 들이댄다. 괴팍하고 고집불통인 성격 때문에 식구들에게조차 소외된 리카르도는 생애에서 세 번째로 백만장자가 되려는 허황된 꿈을 꿈꾸며, 세계 최초로 아동을 위한 국제 마약퇴치 캠페인을 계획하고 추진한다. 이 과정이 영화의 주된 내러티브를 구성하면서 그려진다. 물론 실현 불가능한 무모한 시도라는 것이 드러난다. 영화 속에서 감독들은 나이가 들어 쇠락해지고 고독 속에서 살아가는 리카르도의 뒤틀려진 모습을 다큐멘터리로 담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리카르도는 현재 모습을 대면하기를 거부하고 화려했던 자신의 인생이 영화에서 그려지기를 원한다. 감독들은 이런 리카르도를 봐주지 않는다. 가차 없이 질문하면서 카메라는 리카르도의 삶과 성격 속으로 깊이 들어간다. 다큐멘터리에 대해 감독들과 리카르도 간의 이런 티격태격하는 과정이 솔직하게 그려져 있다. 재미있기도 하고 때론 슬프기조차 한 이 과정이 영화 속에서 또 하나의 내러티브를 이룬다. 이 영화의 감독들은 칠레 권투의 쇠퇴를 그린 다큐멘터리, <치-치-치-레-레-레 칠레의 마르띤 바르가스>의 작가들이며, 리카르도는 마르띤 바르가스의 프로모터였던 사실을 알면, 이 두 영화가 서로 무관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기자회견장, 손을 떨며 난간을 잡고 걷는 모습, 외로이 우는 리카르도의 모습, 어두운 방에서 홀로 TV를 보는 마지막 장면들은 노인의 삶과 고독, 죽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