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콜센터에서 일하며 졸업 작품이 될 다큐멘터리를 만든다. 한쪽 귀를 전화기에 기울인 채 과거, 미래, 여기 아닌 어딘가로 애써 떠나고자 하는 나에게 자기 역사를 털어놓는 전화가 걸려 온다. 회사가 살 만한 정보값을 가지지 못해 폐기될 그 이야기, 그 목소리, 그 침묵, 그 한숨이 나를 통과해 삼면을 둘러싼 파티션의 촘촘한 직물 사이로 스며들어 미세한 얼룩으로 기록된다. 아직 열어보지 않은 음성 사서함에 메시지가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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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픽션은 영웅과 괴물이 나오는 모험의 형태로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일상적 시간 안에 무심하게 잠복해 있다. 콜센터는 아주 작은 단위의 픽션이 형성되는 장소, 그러나 어쩌면 장소로 가시화되지도 않는 장소다. 그곳에서 전화가 걸린 두 사람은 상대방의 신원과 얼굴을 모른 채 이야기를 공유한다. 그들이 나눈 이야기는 도시의 기계적 절차 위에 잠시 나타났다가 기록되지 않고 흩어진다. 콜센터 직원으로 근무한 연출자의 목소리 녹음 파일과 도시의 표면적이고 건조한 이미지를 겹쳐 배열하는 <부재중 통화>는 지워질 운명에 처한 작은 단위의 픽션을 영화로 재생하는 작업이다. 거주할 곳 없는 무명의 목소리를 불러들이고 그들의 이야기를 도시 위에 흩뿌리는 장치, <부재중 통화>는 스크린의 의미를 이렇게 교정하며 끝내 작은 온기를 그곳에 불러들인다. (김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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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 Yeong | winddwells@gmail.com
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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