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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및 지역공모 선정작 발표
2026-03-12 11:00:00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지역공모’ 부문에 출품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한국단편경쟁 출품 본선 진출작 발표
올해는 20편의 극영화, 4편의 실험영화, 3편의 다큐멘터리, 3편의 애니메이션이 선정되었습니다.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에서 상영될 작품을 아래와 같이 선정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한국단편경쟁 선정작(30편, 가나다 순)
1) <건주 Gunju> (이지원)|Korea|2026|25min|DCP|Color
2) <고래사냥 whale hunting> (류도현)|Korea|2025|27min|DCP|Color
3) <그을린 돌, 데구르르 Scorched Stone, Rolling> (김서진, 김지희)|Korea|2025|12min|DCP|Color
4) <끈 A thread left> (이민형)|Korea|2026|25min|DCP|Color
5) <나무가 기운 쪽으로 The Way We Lean> (양희진)|Korea|2025|25min|DCP|Color
6) <내게 쓰인 편지 A Letter to Me> (유승헌)|Korea|2026|30min|DCP|Color
7) <노래가 심금을 울린다 Only our song> (한유원)|Korea|2025|30min|DCP|Color/B&W
8) <녹백 Knock Back> (정찬희)|Korea, Switzerland|2025|23min|DCP|B&W
9) <당신의 여름 Someone's Summer> (성하민)|Korea|2025|26min|DCP|Color
10) <메밀묵 Memil> (김정민)|Korea|2026|33min|DCP|Color
11) <메트로폴리탄 라이드 Metropolitan Ride> (김준영)|Korea|2026|30min|DCP|Color
12) <문 너머 How to Be Left Behind> (이예성)|Korea|2026|38min|DCP|Color
13) <미러리스 시티 뷰 Mirrorless City View> (곽서영)|Korea|2026|37min|DCP|Color
14) <반달 Ban Dal (Half-moon)> (신해섭)|Korea, Switzerland|2026|22min|DCP|Color
15) <부재중 통화 Missed call> (손영)|Korea|2025|24min|DCP|Color
16) <영성체 The Eucharist> (오유경)|Korea|2026|23min|DCP|Color
17) <영업일지 Sales log> (강민아)|Korea|2026|25min|DCP|Color
18) <웰컴 투 셋 Welcome to Set> (배채연)|Netherlands, Korea|2026|15min|DCP|Color
19) <유목 Drift Wood> (이예진)|Korea|2025|8min|DCP|Color
20) <잔상 Afterimage> (김한석)|Korea|2025|9min|DCP|Color/B&W
21) <진짜 크리스마스 A Real Christmas> (김진수)|Korea|2025|13min|DCP|Color
22) <콜라와 오차 Cola and Ocha> (한유진)|Korea|2026|26min|DCP|Color
23) <터치, 툭 Touch, took> (태지원)|Korea|2026|25min|DCP|Color
24) <텃밭 The garden plot> (노동현)|Korea|2025|15min|DCP|Color
25) <폐축 Fallen Stock> (이승빈)|Korea|2025|18min|DCP|Color
26) <포스트 푸 드롭 Post poo drop> (강승호)|Korea|2026|22min|DCP|Color
27) <포토트로피즘 Phototropism> (림윤)|Korea|2026|34min|DCP|Color
28) <피켓 디자인하실 분? Feminist- Queer- for Korean Democracy> (조영수, FDSC)|Korea|2026|29min|DCP|Color
29) <하얀양말 Hana and the Missing Sock> (김민지)|Korea|2026|17min|DCP|Color
30) <해피리 에버 애프터. HAPPILY EVER AFTER.> (신기린)|Korea, Indonesia, Malaysia|2025|17min|DCP|Color


‘한국단편경쟁’ 선정의 변(심사평)

말년의 오손 웰스는 어느 인터뷰에서 미국이 간직한 젊음에 대한 집착과 강박을 이야기한 적 있습니다. “미국은 젊은 국가이며 영원히 젊음을 유지할 것이라 믿는 유일한 나라다. 하지만 젊음을 어떻게 유지하고, 젊음이 끝난 뒤의 삶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전혀 모른다.” 연기와 연출을 겸한 데뷔작 <시민 케인>부터 26살의 나이로 노년의 삶을 연기한 웰스는 오직 젊음만을 찬양하는 할리우드의 생태를 교란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공교롭게도 웰스와 동갑으로 그가 <시민 케인>을 완성하던 해에 폐결핵이 재발해 젊음의 많은 시간을 요양원에서 보낸 롤랑 바르트는 노년에 영화관에 간 경험을 일기에 적으며 흥미로운 불평을 늘어놓습니다. “영화관을 찾아보았다. 마음에 드는 영화가 하나도 없거나, 이거다 싶은 영화는 이미 시작한 뒤였다. 그러다 보니 피알라 감독의, 대학입학 자격시험 치르는 또래의 십 대들을 주제로 한 영화가 상영 중이었다. (...) 이 영화에는 일종의 젊음을 우대하는 인종차별주의 같은 것이 있었다.(나 같은 나이 든 관객은 절대적으로 배제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조금 느닷없는 이야기로 심사의 변을 시작했습니다. 2026년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부문에는 1,494편의 영화가 출품되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출품된 영화들이 품은 다양한 개성과 매력적인 만듦새에 깊은 흥미를 느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단편영화에 담긴 모종의 ‘인종차별주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주로 영화학교 내부와 그 주변, 혹은 대안적 영화 만들기 수업이나 워크숍이 진행되는 현장에서 만들어진 단편영화들은 젊은 세대가 마주한 젊은이들의 고민과 젊은 감수성을 쉽게 반영합니다. 하지만 오손 웰스의 반문처럼 우리는 이 젊음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요? 젊음이 끝난 뒤에 이어지는 생애주기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혹은 롤랑 바르트의 불평처럼 한국단편영화가 젊음만을 우대하고 늙음을 배척하는 종차별적 문화라는 것을 인정해야 할까요? 조금 거슬리는 얘기일지라도 심사위원들은 이 질문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이는 단편영화뿐만 아니라 시네마테크와 영화제, 비평적 글쓰기와 시네필 공동체 모두 젊은이들만이 누리는 특권으로 이해하고 조금이라도 나이가 드는 순간 그 장소에서 추방당하곤 하는 한국영화문화 전반을 향한 반성적 질문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단편영화의 젊음은 영화 안에서 발견되는 몇 가지 특징으로 환원되지 않습니다. 가족과 학교의 반경을 벗어나지 못한 미성숙한 인물, 무기력하고 연약한 자아와 목소리, 물리적으로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서사가 오늘날의 젊음을 표상하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젊은 단편영화는 과도하게 불안해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지금 만들려고 하는 이 영화가 영화제나 지원사업의 공감을 얻지 못할까 봐, 내가 구상한 이야기를 관객들이 이해하지 못할까 봐, 카메라가 담아낸 캐릭터와 장면이 누군가의 감수성을 거슬리게 할까 봐 공들여 조율하고 정돈하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다고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심사위원들은 단편영화가 아직 완벽하게 다듬어지지 않은 질문을 던지는 불안정한 창구가 아니라 점점 더 소수의 (젊은) 향유자끼리 합의된 신호와 표현양식을 주고받는 폐쇄적 유희가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단편영화는 기승전결에 맞춰 깔끔하게 만들어진 서사를 들려주는 장소가 아닙니다. 적당히 공감받고 이해할 수 있는 주제를 공유하는 장소도 기술적 완성도를 뽐내기 위한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는 장소도 아닙니다. 그럼 대체 무슨 장소인가? 라고 되묻는다면 저희는 아직 명확한 답변을 내놓기 어렵습니다. 다만 아직 알 수 없는 세계의 표정과 질감을 발견하는 매개로서 기능한 멋진 단편영화의 몇몇 사례들을 기억할 뿐입니다. 심사위원들은 자족적인 즐거움에서 머무르지 않고 내게 익숙하지 않은 세계를 탐험하고 돌파하며 그 바깥을 상상케 하는 작업을 선정하고자 의견을 모았습니다.

예년과 비교하면 올해 출품된 영화에는 유독 어린아이와 학생들이 나오는 영화가 많았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눈앞에 주어진 세계를 성찰적으로 바라보려는 영화 또한 여전히 많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어느 특정 연출자의 영향이 느껴지는 단편영화는 이제 거의 없어진 것 같다는 인상입니다. 이제 젊은 단편영화 제작자들은 아무것도 물려받지 못한 채 어떤 바깥의 영역으로도 눈을 돌리지 않고 자신이 통과한 과거와 직면해 있는 현재를 갉아먹는 것일까요? 이것이 그들의 위축된 세계를 감추기 위해 영화를 만들고 보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하는 장치를 활용한 결과는 아닐 거라고 믿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젊음’에 안주하는 대신 그 이후와 바깥을 상상하는 영화들과 불편하게 공존하는 단편영화 생태를 떠올려 보게 됩니다. 소중한 영화를 출품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와 존경을 표합니다.


한국단편경쟁 예심 심사위원 김병규, 김현목, 문주화, 이란희, 정여름, 조현서, 문석


지역공모 선정작(5편 / 장편 1편, 단편 4편, 가나다 순)

[장편]
1) <졸업앨범: 선생님을 기다렸다 The Yearbook: Waiting for the Teacher> (김종관)|Korea|2025|102min|DCP|Color

[단편]
1) <나선을 걷는 아이들 Walking in a Spiral> (이소은)|Korea|2026|17min|DCP|Color
2) <스크램블 Scramble> (이한들)|Korea|2026|26min|DCP|Color
3) <이 밤이 지나면 Crack of dawn> (이승찬)|Korea|2026|29min|DCP|Color
4) <텃밭 The garden plot> (노동현)|Korea|2025|15min|DCP|Color


‘지역공모’ 선정의 변(심사평)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지역공모에는 단편과 장편을 포함하여 49편의 작품이 출품되었으며, 지역 창작자들의 꾸준한 작업과 동시대적 문제의식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무엇보다 올해 심사는 현재 한국 영화계가 직면한 거시적 위기와 지역 영화 제작 생태계의 구조적 조건, 그리고 제작 환경과 미학적 선택 사이의 관계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 진행되었습니다.

최근 한국 영화 산업은 투자 위축과 배급 환경의 변화, 관객 감소 등 복합적인 어려움 속에 놓여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특히 지역 영화 창작자들에게 더욱 직접적인 조건으로 작용합니다. 제한된 예산과 인프라, 협소한 상영 창구는 한편으로는 제약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형식적 실험과 밀도 높은 서사를 가능하게 하는 토양이 되기도 합니다. 올해 출품작들 역시 이러한 제작 조건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전반적인 경향을 살펴보면, 많은 작품이 ‘인간’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인물의 구체적인 내면보다는 사건이나 현상의 표면이 더 또렷하게 드러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관계의 단면, 사회적 징후, 특정 세대의 감각을 포착하려는 시도는 활발했으나, 인물이 스스로의 언어와 리듬으로 살아 움직이는 순간까지 도달한 작품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습니다. 이는 동시대의 불안과 속도, 그리고 단절의 감각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지역공모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분명했습니다.
첫째, 지역 공간을 단순한 배경으로 소비하는 대신, 그 장소의 시간성과 층위를 탐색하려는 시도가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골목, 오래된 주거지, 사라져가는 산업 공간 등은 더 이상 익숙한 풍경의 재현에 머물지 않고, 인물의 기억과 역사,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장치로 기능하기 시작합니다.

둘째, 외부의 시선에 포획된 ‘지역성’이 아니라, 창작자 스스로의 위치와 경험에서 출발한 주체적 흐름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지역에서 살아가고 작업한다는 조건을 결핍이나 한계로 환원하지 않고, 오히려 그 조건을 통해 다른 리듬과 감각을 구축하려는 태도가 곳곳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는 앞으로 지역 영화 생태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가능성으로 읽힙니다.

또한 제작 조건과 미학의 관계를 자각적으로 사유한 작품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소규모 인물 구성, 제한된 공간, 절제된 촬영 방식 등은 단순한 현실적 타협이 아니라, 인물의 정서와 관계를 응축시키는 전략으로 기능하기도 했습니다. 형식적 절제 속에서 감정의 여백을 만들어 내거나, 반대로 거친 질감과 즉흥성을 통해 동시대의 불안정성을 드러내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습니다.

이번 심사를 통해 우리는 지역 영화가 더 이상 주류 산업의 변방이 아닌 새로운 감각과 질문을 실험하는 전위적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아직은 인물의 깊이와 세계의 밀도를 더 단단히 구축해야 할 과제 또한 분명하지만, 동시에 지금 이 곳에서만 가능한 질문과 시선이 존재한다는 사실 역시 분명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번 심사를 거치며 다시 한 번 질문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왜 영화를 만드는가?

산업적 수치와 성과로 환원되지 않는 시간, 사라져가는 공간, 인물들의 감정의 세계를 기록하고 증언하기 위해 카메라를 드는 행위. 그것은 효율과 속도를 거스르는 선택이자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빛과 어둠을 마주하려는 시도일 것입니다.

앞으로도 지역 창작자들이 자신이 발 딛고 선 자리에서 출발해, 표면을 넘어 인물의 숨결과 시간의 결을 더욱 깊이 탐구해 나가길 기대합니다. 왜 영화를 만드는가에 대한 각자의 대답이, 곧 한국 영화의 또 다른 미래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모든 출품 감독과 제작진 여러분의 성실한 시도와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지역공모 예심 심사위원 감정원, 박주환, 최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