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오래 바라본 시인은 눈이 먼다. 정오에서 자정까지. 식물은 빛을 향해 굽어 자라고, 빛이 차고 넘친 세계는 어둠으로 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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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디디 위베르만은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에서 어머니의 임종을 지켜보는 주인공 스티븐에 대해 적으며 '보는 행위'가 소멸의 감각과 결부된다고 진단한다. 보는 이의 시각에 막대한 권력과 기능을 부여하는 예술사의 인식과 다르게 세계를 바라보는 경험은 필연적으로 대상의 사라짐, 상실, 죽음과 연결된다. 눈에 비치는 세계가 소멸을 향해 다가갈 수밖에 없다면 <포토트로피즘>은 반대로 태양이 사라져 보이지 않는 세계의 시각을 상정한다. 인간의 시각이 정지된 어둠 속의 세계는 광학적이고 비인간적이고 잠재적인 시각을 깨어나게 한다. 영화는 태양의 주기를 따라 '정오'에서 시작해 '자정'으로 끝난다. 빛이 지워지고 다시 깨어나는 기묘한 감각의 여행이다. (김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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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 Yoon | yoonyooyn@gmail.com
림윤
LIM 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