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외곽에 위치한 발보나는 강, 철로, 고속도로로 둘러싸인 고립된 공간이다. 음악의 리듬과 금지된 수영, 싹트는 사랑은 도시, 사회, 정체성의 갈등에 맞서는 시적인 저항으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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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동부 내륙지방의 발보나(Vallbona)*는 지역민과 로마인, 소수의 이주민 들이 밭을 가꾸며 사는 마을이다. 작은 골목에서 축구를 하다 더워지면 강가에 몸을 던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느 날 기차가 다니고, 정부 결정으로 고속도로까지 생기며 마을이 조각나고 만다. 직접 가꾼 채소들을 나눠먹으며 식물의 언어에 대한 토론를 하던 주민들의 일상에 정원을 파괴하는 공사장 먼지가 공포처럼 피어오른다. 영화는 '문명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좋은 마을에 '편리함'이 들어오면서 추억이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풍경 속 인간의 기억과 감정을 겹겹의 이미지로 겹쳐 놓으며 문화와 기억을 없애는 '발전'의 이면을 응시한다. 개인의 역사를 드러내고 일상의 여가를 음악과 춤, 음식으로 활기차게 보내는 주민들의 에너지 못지않게 영화가 끝나고 남겨지는 묵직한 감정이 소중한 영화다. 호세 루이스 게린 감독은 전작 <뮤즈의 아카데미 The Academy of the Muses>(2015) 이후 11년 만에 신작으로 복귀하여 그의 영화적 스타일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여전히 건재함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문성경)
* 도시명 발보나는 카탈루냐어로 좋은 계곡 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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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llac | sales@shellacfilms.com
호세 루이스 게린
José Luis GUER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