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FF 26th LOGO

MAGAZINE
용감하고 새로운 영화에 만장일치 국제경쟁 심사위원_ 장 프랑수아 로제, 드니 코테, 정재영, 오승욱, 아티나 레이첼 탕가리
2016-05-05 15:46:00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 심사를 맡은 5명의 심사위원을 만났다. 장 프랑수아 로제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수석 프로그래머, 캐나다 퀘벡 영화계를 대표하는 드니 코테 감독, <아텐버그> <슈발리에> 등을 연출한 그리스의 아티나 레이첼 탕가리 감독 그리고 <무뢰한>의 오승욱 감독과 배우 정재영이 심사총평을 들려주었다.

국제경쟁 10편의 작품을 보면서 어떤 영화들을 발견하고 싶었나.

장 프랑수아 로제

나를 놀라게 하는 영화를 만나고 싶어서 사전에 그 어떤 정보도 구하지 않았다. 동시대의 비전을 잘 담아낸 작품을 찾고 싶었다.

오승욱

영화가 재미있고 없고를 떠나서 ‘감독은 어떤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는가’를 심사기준으로 삼았다. 그런데 심사를 하면서 좀 힘들었다. 액션영화를 정말 좋아하는데 그런 영화들이 없어서. (웃음)

정재영

어떤 영화를 발견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고, 새로운 영화를 발견하길 ‘기대’하면서 영화를 봤다.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라면 어떤 장르의 영화든 상관없었다.

솔직한 총평을 부탁한다.

드니 코테

어제 심사 회의가 굉장히 빨리 끝났다. 모두가 동의한 영화는 4편이었다. 우리는 주로 이 4편의 영화를 논했다. 1등과 2등은 만장일치였고 3등과 4등은 의견이 갈렸다. 사과와 바나나 둘 중 하나를 비교하는 것처럼 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결과로 3등과 4등이 결정됐다. 한 영화는 아주 컨트롤이 잘 돼있고 비전이 분명한 영화였고, 다른 한편은 체험하고 몰입하게 하는 영화였다.

장 프랑수아 로제

나라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직업도 다른 다섯명의 생각이 일치했다는 것이 마법 같았다. 물론 우리의 선택을 받지 못한 영화가 나쁜 영화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강력한 영화들이 있었고 그 영화에 대한 평가가 일치했다. 그것을 통해 영화 언어가 가진 보편성, 영화가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힘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아티나 레이첼 탕가리

영화는 영화의 언어로 말을 해야 하는데 저널리즘의 성격을 강하게 띤 작품들도 있었다. 우리가 선택한 영화들은 단순하지만 심오한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었다.

정재영

배우들의 연기 또한 주의 깊게 봤다. 유명 배우도 아니고 전문 배우도 아닌데 저렇게 진심으로 연기를 하는구나 싶어서 영화를 보며 반성을 많이 했다. (웃음)

최종 선택은 받지 못했지만 지지하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

아티나 레이첼 탕가리

특정 작품을 언급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 다만 모든 감독들에게 용기를 내라고 전하고 싶다. 나 역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기에, 경쟁이 사람을 의기소침하게 만든다는 것을 잘 안다. 언급 되지 않았다고 해서 낙담할 필요는 없다. 다만 우리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TV쇼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 저널리즘을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영화적인 순간을 창조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심사를 마친 소감은.

드니 코테

전주영화제는 실험적이고 용감하고 급진적인 영화들이 상영되는 영화제라고 생각한다. 전주영화제에 초청됐던 지난 2008년, 2010년에는 확실히 그랬다. 올해는 그런 색채가 좀 옅어진 것 같기도 하다. 영화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할 수 있는 영화들이 더 많이 소개되길 바란다.

아티나 레이첼 탕가리

어떤 게 실험영화고 주류영화냐 논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구분이 필요 없는 매력적인 영화들을 지금까지 전주영화제는 소개해왔다. 액션영화도, 코미디영화도 얼마든지 색다르게 만들어질 수 있다. 버스터 키튼과 찰리 채플린이 대중의 인기를 누리면서도 급진적인 영화를 만들었던 것처럼.

오승욱

영화를 보면서 잘 잔다. 이번엔 잘 수 없었다. 만약 뭔가 이상한 영화를 보고 있는데 그런 영화가 전주에서 상을 받으면 안 되지 않나. 그래서 두눈 부릅뜨고 봤다. 내가 동의할 수 없는 영화를 다른 심사위원들이 지지한다면 반대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한숨도 못자고 영화를 봤다. (웃음)

정재영

전주영화제에 10년만에 왔다. 출연작이 영화제에 초청되지 않으면 영화제를 잘 찾지 않게 되는데 이번엔 정말 많은 영화들을 봤다. 의무적으로 보는데도, 마음이 정말 좋았다.

글 이주현·사진 박종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