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란다스의 개
윤주가 사는 아파트에서 연달아 강아지 실종 사건이 발생한다. 삔돌이, 아가, 그리고 윤주의 아내 은실이 데려온 푸들 순자까지. 윤주는 밤새도록 순자를 찾는 전단을 붙이고, 아파트 관리소 경리인 현남은 함께 실종된 강아지 찾기에 열을 올린다.
* 제공: 한국영상자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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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세계 영화계에서 고유명사가 된 봉준호 감독의 데뷔는 그리 화려하지 않았다. 2000년 초 개봉해 관객 수 5만 7천여 명을 동원한 이 영화는 당대 소수 마니아들에게만 각광받았다. 대학 시간강사 남성 윤주와 아파트 관리사무소 여성 직원 현남이 아파트 단지에서 실종된 개를 찾아 헤매는 이 소동극은 당시 관객들에게 익숙했던 로맨틱코미디도, 미스터리물도 아닌 이상한 영화로 간주됐다. 웃고 나면 그 정체가 궁금해지는 어두운 색깔의 유머와 전형적이지 않은 전개 방향도 새로운 세기의 영화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관객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하긴, 아파트 위에서 꽃가루를 뿌리는 장면 같은 건 좀 너무 나갔다는 생각도 든다. 반면,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강아지에게 자신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윤주의 행위는 아예 선을 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다. 중산층이 되고자 하는 윤주의 허망한 욕망을 적나라하게 들추고 그 반대편에 존재하는 현남이라는 새로운 세대에 희망을 부여하는 <플란다스의 개>는 너무 일찍 도착한 영화였는지도 모른다. 현남이 친구와 함께 산으로 향하는 마지막 장면은 아직도 가슴에 남는다. (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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