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의 상상력과 대범한 표현력, 개성적인 스타일, 그리고 장르성을 갖춘 영화들을 소개하는 이 섹션의 이름이 다시 ‘불면의 밤’으로 바뀌었다. 올해 불면의 밤을 함께할 영화는 4편이다.
<죽을 고생>(2004), <알렐루야>(2014) 등을 통해 광기 어린 인간의 감정을 탐구해 온 벨기에 감독 파브리스 뒤 웰즈의 신작 <열렬한 사랑>은 한 소년의 심리적 공포를 강렬하게 묘사한다. 숲속 정신병원에서 일하는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열두 살 소년 폴은 어느 날 정신병원 환자인 10대 소녀 글로리아에게 반한다. 글로리아와 급속도로 친해진 폴은 그녀를 돕겠다는 마음을 갖고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된다. 첫사랑, 두려움, 혼란 같은 소년의 감정을 감각적인 영상에 담은 영화다.
지난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 <와일드 구스 레이크>는 전작 <백일염화>(2014)로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은 중국 댜오 이난 감독의 작품이다. 전작에서 스타일리시한 범죄영화를 선보였던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장르적 색채를 더욱 뚜렷하게 한다. 현대 중국 남부 도시 버전의 필름 누아르라 할 수 있는 이 영화는 경찰을 살해한 뒤 거액의 현상금이 붙어 경찰과 폭력배들 모두의 표적이 된 한 남성의 이야기다.
일본 영화잡지 <키네마준보>와 <영화예술>이 2019년 최고의 일본영화로 꼽은 <분화구의 두 사람>은 후지산이 화산 활동을 재개한다는 가상 상황을 배경으로 한때 사랑했던 남녀의 재회를 그린다. 이들은 과거 후지산 분화구 사진을 배경으로 누드 사진을 찍었다. 결혼을 앞둔 여자는 이 사진을 정리하며 남자를 떠올리고 남자에게 섹스를 제안한다. 수많은 영화의 시나리오를 썼던 아라이 하루히코 감독은 세 번째 연출작을 통해 포스트 동일본 대지진 시대 일본의 내면을 전한다.
<데즈카 오사무의 바르보라>는 ‘아톰’의 아버지 데즈카 오사무가 1970년대 만화잡지에 연재했던 에로틱 만화를 그의 아들인 데즈카 마코토가 실사 버전으로 옮긴 영화다. 유명 소설가이지만 창작의 벽에 부딪힌 지 오래인 요스케가 우연히 주정뱅이 여성 바르보라를 만나 집으로 데려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그녀를 자신의 뮤즈라고 생각하는 요스케와 바르보라의 파격적인 관계를 판타스틱하게 묘사한다.
글_문석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