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의 ‘국제경쟁’ 부문에서는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장편영화를 연출한 감독들의 작품을 대상으로 예심을 거쳐 10편의 작품을 초청하게 되었다.
우선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이어 올해도 선정된 모로코 작품 <파이널 라운드>는 유럽에 가고자 하는 아프리카 난민 문제를 다룬, 각각 모로코와 스페인 출신인 두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아역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함께 강렬하면서도 긴박감 넘치는 연출을 보여 주고 있다. 역시 레바논 출신 지미 케이루즈의 장편 데뷔작인 <전장의 피아니스트>는 ISIS가 점거한 시리아의 한 도시에서 내전으로 인해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피아니스트의 꿈을 버리지 않는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가브리엘 야레드의 아름다운 영화 음악과 함께 그리고 있다. 이외에도 미국의 테오 앤서니가 만든, 기술이 사람들의 올바른 관점에 실제로 기여하는지에 대한 탐구를 보여 주는 <모든 곳에, 가득한 빛>과 오스트레일리아의 제임스 본의 초현실 코미디 드라마 <친구들과 이방인들>까지 남성 감독들이 만든 4편의 작품이 국제경쟁 부문에 올랐다.
나머지 6편은 모두 여성 감독의 작품으로 세계 영화계에서도 여성 연출자들의 약진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고, 이와 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우선 콜롬비아의 메르세데스 가비리아가 연출한 <아버지는 영화감독>은 외국 유학 중에 고향에 들러, 아버지이자 콜롬비아의 유명한 감독인 빅토르 가비리아의 신작 촬영 현장을 지켜보며 만든 작품이다. 때로는 경외의 눈빛으로, 때로는 부녀 관계를 재정립하면서 지극히 사적인 일기를 쓰는 것 같은 느낌의 작품을 만들어 냈다. 아르헨티나의 나탈리아 가라샬데가 만든 <파편> 역시 감독의 개인적인 시각으로 1995년 11월 고향에서 일어난 군수 공장 폭발 사고를 바라보고 있다. 이 사고로 도시는 파괴되었고 사람들의 삶도 피폐해졌는데, 당시 열두 살이었던 감독은 홈 비디오로 이 모습을 담았고, 20년이 지난 뒤 발견된 영상들을 통해서 아직도 투명하게 밝혀지지 않은 비극적인 사건을 돌아본다. 한편 일본의 배우 출신 감독 오가와 사라가 만든 <해변의 금붕어>는 위탁 가정에서 자란 한 여고생이 새로 들어온 어린 소녀를 돌보며 가족의 의미를 깨달아 가는 작품이다. 우크라이나의 카테리나 호르노스타이의 데뷔작 <스톱-젬리아>는 내성적인 여고생 마셰와 친구들이 보내는 혼돈의 사춘기를 담은 독특한 작품이며, 이밖에도 2차 대전 당시 유고슬라비아 최초의 레지스탕스였던 97세의 소냐를 다룬 다큐멘터리 <저항의 풍경>, 캐나다 온타리오 쌩땅느 지방에 살고 있는 해체된 한 가족의 재회를 다룬 실험영화 <쌩땅느>까지, 국제경쟁 부문을 통해 젊은 영화인들이 만든 다양한 장르의 패기 넘치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전진수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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