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이상하고 특별한 시기에도 거장 감독들은 지속적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다. 일부는 그들이 항상 천착하는 주제에 몰두하고 다른 이들은 자신의 영화 세계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발견하고자 한다.
오래된 장 콕토의 희곡이 현대의 이야기로 거듭나고,
기억에서 잊힌 두 개의 상자에서 발견된 수북한 사진들은 어떤 삶에 대한 과거를 소생시킨다.
선과 악은 두 형제를 통해 대면하고,
노동 착취의 먹이사슬 문제는 형이상학적 질문으로 탈바꿈하며,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끝나지 않는 갈등은 답을 알 수 없는 어둠의 미궁 속에 있다.
형제 시네아스트가 과거의 파편을 모아 몰랐던 부모의 비밀을 밝혀내려 할 때,
파리의 오페라는 영광의 밤을 떠올린다.
어떤 재능은 전통이라는 이름의 편견과 억압으로 감옥 같은 집에 갇혀 있고
사회적 거리 두기는 우리에게 야외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형태의 연극적 영화를 예상치 못하게 선사한다.
세계에 대한 이야기와 자신의 시선을 표현하려는 이 모든 종류의 영화는 여전히 살아있다. 그뿐 아니라 인생이 영화이자 영화가 자신의 인생이었던 거장 감독들은 세상에 벌어지는 일들을 포착하고 변화에 적응해 새로운 방식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과거를 이야기하는 작품들은 현재 혹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한 것이며, 때론 그들이 사랑하는 영화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을 이야기하기 위한 것이다. 누군가가 말했듯 삶과 예술은 분리되지 않고, 이 곳의 영화들은 그 말을 증명한다.
(문성경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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