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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프로그래머, 류현경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새롭게 선보이는 특별 프로그램으로, 초청 프로그래머로 선정된 배우가 본인만의 관심과 관점에 따라 본인 출연작을 포함한 5편의 작품을 선정한다.

‘J 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의 주인공은 배우와 감독으로 맹활약 중인 류현경이다. 아역 배우로 경력을 시작해 다종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해온 배우로서 류현경은 주연과 조연을 가리지 않고 항상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줘 왔다. 주류에서 확고한 입지를 굳힌 뒤에도 독립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고 다양한 작품에서 활동한 것은 그가 더욱 특별한 배우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특히 그가 대학에서 연출을 전공한 덕분에 여러 편의 단편영화에서 감독을 맡았다는 점은 한국영화계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감독 겸 배우의 탄생을 기대하게 한다. 1편의 연출작, 2편의 출연작, 그리고 류현경이 프로그래머로서 고른 5편의 선정작을 통해 그가 사랑하고 추구하는 영화 세계를 이해하게 할 것이다.

류현경은 배우 겸 감독으로 1996년 드라마 「곰탕」으로 데뷔 후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드라마 「김약국의 딸들」과 영화 <신기전>(2008)을 시작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드라마 「맛있는 인생」, 영화 <전국노래자랑>(2012), <만신>(2013), <오피스>(2014) 등을 지나, 주연으로 활약한 영화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2017)로 평단의 큰 호응을 받았다. 최근에는 영화 <아이>(2021)를 통해 독보적인 연기력을 선보였으며, 연출작으로는 <광태의 기초>(2009), <날강도>(2010)가 있다.

세상에는 하나로는 규정 할 수 없는 무수히 많은 사람이 존재한다. 인간은 복합 다면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누구도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많은 작품에 출연하면서, 그리고 좋은 영화를 많이 접하면서 제일 크게 느낀 교훈이자 나의 소중한 자산이다.​

이번에 전주국제영화제의 초청 프로그래머 제안을 받고, 고르고 골라서 추천한 무수한 영화 중에 상영이 확정된 작품의 면면을 살펴보면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모든 영화가 배우로, 인물로 시작한다는 점이다. 인물에 집중해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그들이 느끼는 감정과 순간들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인물이 곧 사건의 중심이자 배경이 되는 영화들, 곧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이다. 이 영화들은 인간의 다양한 모습들, 그리고 마음들을 그려 나간다.​

많은 출연작 중에 최근에 개봉한 <아이>는 보호 종료 아동인 아영과 싱글 맘이자 직업여성인 영채의 이야기이다. 이 두 사람은 영채의 아이 혁이를 매개체로 다양한 감정들을 주고받는다. 결국엔 그들이 함께 살아간다는 이야기가 내포되어 있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 모두 혼자가 아니다. 촬영하면서, 또 영화를 보면서, 나를 오롯이 사람 자체로 봐 주는 시선이 느껴졌고, 앞으로 잘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사람, 사람들이 있다는 메시지가 전해졌다. 정말 감사한 작품이다. 이 밖에 내가 출연한 작품 중 영채의 과거 이야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맞닿아 있는 영화인 <물좀주소>는 꼭 함께 상영했으면 했는데, 안타깝게 필름으로 상영할 수 없어 다른 작품을 선택하였다.​

가장 쑥스럽지만 그래도 나의 이십 대 모습이 잘 담겨 있는 영화 <날강도>는 대학 시절 졸업 작품으로 만든 단편이다. 연출과 연기 등을 맡아 열심히 또 치열하게 청춘을 담았다. 생각해보니 청춘 영화를 찍은 기억이 없어 단순히 청춘 영화를 찍고 싶었다. 뻔하지 않은 청춘 영화.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생각한 인물 수연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때 당시에는 그냥 귀엽고 예쁘지만은 않은 수연과 민구의 관계를 그린 청춘 영화라고 했지만, 지금 다시 보니 청춘의 허무를 담고 싶은 것이 아니었나 싶다. 인생의 어느 시기나 허무는 존재하지만 이십 대의 허무는 지금은 도저히 만들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단편 <이사>는 이사를 앞둔 부부의 하루를 그린다. 부부가 이사 전 시답지 않은 일로 싸움을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거기에는 그 나름의 사연이 있다. 누가 잘 했고 잘못했는지 그들의 다툼을 아무도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다.​

출연작 외에 다섯 편의 작품을 선정했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영화관에 보러 간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지는 영화이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주인공은 죽음을 준비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던 그 순간의 에너지는 아직도 생생하다. 함께 울고, 함께 안타까워하는 관객들과 이 영화를 응원했던 것 같다. 죽음이라는 것에 그렇게 슬프지만은 않은 또 다른 희망이, 그리고 감사함이 있다는 생각을 이 영화를 보며 했었다.​

<우리들>은 초등학교 학생들이 서로 관계를 맺으며 겪는 성장 이야기다.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와 감정을 느끼며 이 영화가 어린아이들의 이야기가 아닌 곧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빛과 철> 또한 인물을 중심으로 한 영화이다.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은 희주와 2년째 의식 불명인 남편을 두고 있는 영남의 이야기다. 그들은 우연히 마주하고, 교통사고의 원인이 밝혀진다. 배우들의 연기를 따라 이야기에 쉽게 몰입할 수 있고, 많은 대사가 설명해 주지 않아도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더 깊이 있게 집중할 수 있다.​

이 밖에 단편 <동아>, <환불>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을 맡아 보게 된 단편이다. <동아>는 가난하고 소위 말해 노는 애로 표현되는 주인공 동아를 따라가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화의 끝에는 동아의 귀엽고 순수한 마음이 편견 가득한 세상에서 다치지 않고 변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었다. <환불>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취준생 수진의 얼굴로 시작된다. 사람 때문에 힘든 마음을 겪는 수진은 결국 또 사람 때문에 위로를 받는다. 그리고 살아간다.​

이 모든 작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간다. 살아내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닮은 구석이 있다. 많은 관객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극장에서는 앞으로 보기 어려운 이 작품들을 보며, 나에게 떨림과 위로를 주었던 극장에서 그 감정을 함께 느끼기 바란다. 나아가 사람에게 편견을 가지지 않고, 그 사람 자체로 바라봐 줄 수 있는 세상이 오길 간절히 바란다. (류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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