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제경쟁 섹션에는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장편영화를 연출한 감독의 영화 가운데 아시아 최초로 상영되는 작품을 대상으로 예심을 거쳐 총 10편을 초청했다. 젊은 영화인들이 만든 다양한 장르의 패기 넘치는 작품들이 자리하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10편 중 6편이 여성 감독 연출작으로 선정돼 여성 연출자의 약진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우선 2편의 다큐멘터리가 있다. 군사독재 정권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무참하게 희생된 과테말라의 비극적인 현대사를,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건 스파이 활동을 했던 한 언론인의 증언을 통해 재조명한 <스파이의 침묵>과 캐나다 대서양 연안에 있는 세이블 섬에서 1970년대부터 거주하면서 자연을 매일 탐구하고 기록하는 한편, 육지에서 떠내려온 플라스틱 쓰레기들을 수거해온 학자이자 활동가 조이 루커스의 일상과 신비로운 섬의 모습들을 담아낸 <고독의 지리학>이 그것이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두 친구의 성장기를 다룬 아르헨티나의 <청춘을 위한 앨범>, 나름의 재치, 유머와 함께 정치적이면서도 여성에 관한 시의적절한 주제를 다룬 브라질의 <메두사>는 젊은 세대를 바라보는 남미 여성 감독들의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그 외에도 아르헨티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구 유고슬라비아 출신 감독이 만든 실험적인 작품 <알레프>와 청춘의 단상을 과감할 만큼 진솔하게 담은 미국영화 <요즘 사람들>까지, 여섯 명의 여성 감독 각각의 개성 넘치는 작품 세계가 펼쳐진다.
그런가 하면 일본 도쿄에 자리 잡게 된 터키 쿠르드족 난민의 눈물겨운 정착기 <도쿄의 쿠르드족>과 노르웨이의 한적한 소도시를 무대로 아프가니스탄 난민에 관심을 갖게 된 여성 기자의 이야기를 다룬 <아슬란을 찾아서>는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가 체감하고 있는 국제 난민 문제를 직접적으로, 또 은유적으로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또한 코로나 팬데믹의 와중에 심화되는 빈부 격차와 세대 차이, 일자리 문제 등을 아버지와 아들의 비루한 일상에 투영한 타이완 작품 <레이와 디오>, 그리고 19세기 말 스위스 작은 마을의 시계 공장을 무대로 노동자들이 자국은 물론 국제적인 무정부주의 운동에 연대하는 모습을 아름다운 영상을 통해 보여주는 스위스영화 <시계공장의 아나키스트>는 각각 현실과 이상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손색없을 것이다.
글_전진수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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