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 낯선은 전주국제영화제가 내걸고 있는 기치인 ‘대안´을 가장 잘 나타내는 섹션 중 하나다. 전통적이고 관습적인 영화 형식에 대한 대안으로서 그간 전 세계의 특출난 영화적 실험을 소개한 바 있다. 올해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형식뿐 아니라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법과 주제를 표현하는 미학적 새로움을 시도하는 영화들을 포함한다.
<위대한 움직임>은 중남미 영화계에서 가장 독특한 감독 중 하나인 키로 루소가 4년 만에 발표한 두 번째 장편이다. 볼리비아 고산지대에 위치한 라파스에서 펼쳐지는 일종의 ‘도시 교향곡’으로 한 일용직 노동자의 질병과 구원을 다룬다. <죽음을 운반하는 자들>은 역사극 장르를 이용해 새로운 시대가 탄생했던 아메리카 대륙의 식민지 역사 중 한순간을 되돌아보고, 죽음 이후에도 지속되는 기억을 말한다. 한편, 벤 러셀의 <보이지 않는 산>은 다큐멘터리와 픽션 사이에서 주인공들을 통해 현실과도 같은 가상의 우주를 묘사한다. 밴드가 연주하는 음악은 마음속에 아름다운 명상의 순간을 형상화한다.
<혁명을 말하자>는 4개의 악장으로 구성되고, 이들이 말하는 혁명은 영화에서부터 시작된다. 니콜라 클로츠와 엘리자베트 페르스발은 아카이브 이미지를 통해 전 세계와 현재 상태를 여행하는 ‘비주얼 포엠’을 창작한다. 레안드루 리스토르티의 <식물수집가>는 서로 만날 일이 없어 보이는 식물 수집과 필름 보존의 세계를 잇는다. 한 편의 시를 짓는 마음으로 두 세계 사이에서 재현과 기억이라는 보이지 않는 연결점을 만든다. <붉은 별>은 고대 텍스트로 무장한 러시아 혁명 신화를 풀어내려 한다. 도시의 지붕과 버려진 건물을 걸어 다니는 두 청년은 위대했던 과거의 잔해 속으로 관객을 안내한다.
에린 윌커슨, 트래비스 윌커슨 감독의 <핵-가족>은 인류에게 공포를 선사한 전쟁, 재난과 개인의 이야기를 잇는 가족 로드무비다. 잊혀진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미래의 문제를 안고 있는 미국에 대한 지리학적 여행이라고도 할 수 있다. <세이렌의 토폴로지>에서 음악가를 꿈꾸는 주인공은 최근 사망한 친척집에서 우연히 테이프를 발견한다. 이로부터 과거와 세계를 구성하는 사운드의 아름다움을 향한 수수께끼 같은 여정이 펼쳐진다.
<우회로> 속에서 가상 세계의 위험은 현실과 혼합된다. 천진난만해 보이지만 현실 세계에 영향을 끼치는 게임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황폐해진 모스크바의 도시를 배회하며 벌어진다. <맑은 밤>을 연출한 아이제이나 머디나는 캐나다의 가장 비밀스럽고 놀라운 면모를 가진 감독이다. 전작 <88:88>(2015)의 독특함에 이어 신작에서도 인물 간의 대화가 영화적 실험이 되는 형식을 발견했다.
영화보다 낯선에서 소개하는 단편 15편은 완전히 실험적인 작품부터 끔찍한 세계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내러티브 영화까지 다양하다. 이 영화들은 정치, 역사, 과거에 대한 특정 분석, 현재에 대한 새로운 해석, 유머를 표출하며 가장 절대적인 자유에서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확신을 입증한다.
글_문성경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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