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더리스 스토리텔러]
영화보다 낯선+ 섹션은 영화 매체의 확장 현상을 주목하며 그간 극장이라는 공간에 한계를 두지 않는 ‘무빙 이미지’ 작업을 소개해왔다. 영화보다 낯선+를 이어온 지난 3년간 다양한 크기의 스크린에서 무빙 이미지의 영역은 더욱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현상을 보였다. 이에 전주국제영화제는 현재의 시점에서 추구해야 할 새로움은 무엇인지, 영화는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자문하게 되었다. 팬데믹으로 인해 ‘공간´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고, 기술 변화로 인해 무빙 이미지가 흔해진 지금 모두가 신기술이 예술과 어디까지 결합했는지 그 위치를 궁금해한다. 설사 영화가 기술에 의해 탄생했더라도 그 자체만으로는 예술이 되지 않기에, 모두가 기술 변화를 쫓는 지금 오히려 매체를 수단으로 동시대의 이야기를 하는 작가를 주목하는 것이 가장 현재적이고 미래적이라는 믿음으로 올해는 ’보더리스 스토리텔러‘를 준비했다.
하나,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한국 예술가를 주목했다. 그간 이 섹션은 영화제라는 틀 안에서 꾸려져 왔기에 영화감독의 실험적인 작업을 소개해올 수밖에 없었다. 올해는 이 전통을 전복시켜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내기 위해 영상 매체를 이용하는 다른 분야의 작가들에 주목하고, 이들의 작업을 영화관으로 가져와 상영한다. 매체를 넘나들며 작업을 하는 예술가 중 무빙 이미지 작업을 했고, 그 예술적 성취에 영화적 가치를 포함한 여덟 명을 선정하였다. 또 감독으로서 영화 작업을 했더라도, 기술과 형식에서 관습적인 영화와 차별되는 무빙 이미지 창작자로서의 지평을 넓힌 이들도 포함했다.
둘, 이야기의 시선과 작법에 무게 중심을 두었다. 그간 영화 언어로서 형식적 시도에 초점을 맞춰온 섹션 전통에서 이 모든 기술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굳건히 이어져갈 ‘이야기’에 방점을 찍었다. 현재의 과도기적 시점에서 이제는 무엇이 영화냐 아니냐를 구분 짓는 것보다 동시대 작가들이 귀 기울이는 주제를 들여다보고, 그들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에서 지금의 영상예술의 흐름을 읽어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고등어, 김영글, 김진아, 김희천, 무진형제, 송주원, 오재형, 황수현. 여덟 명의 작가들은 VR, 미술, 무용, 문학, 음악 등을 바탕으로 신매체에 대한 두려움 없이 무빙 이미지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가를 도전해온 혁신적인 예술가들이다. 이들의 작업 세계와 삶의 철학을 한 단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인터뷰집도 함께 출판한다. 이들이 직접 전하는 다양한 작업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미디어 컨버전스 시기 예술에 스며든 영화의 위치를 가늠해본다.
글_문성경 프로그래머
*보더리스 스토리텔러 중 한 명인 김진아 감독의 VR 작업의 경우 극장이 아닌 별도의 공간에서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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