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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주국제영화제 불면의 밤은 어느 해보다 독특한 분위기가 될 듯하다. 이 부문에서 소개되는 영화 6편의 감독은 노르웨이, 스페인, 남아프리카공화국, 핀란드, 중국, 영국 등 다양한 국적의 소유자로, 영화의 배경이 되는 지역 특유의 정조가 이야기 안에 자연스럽고도 다채롭게 배여 있다. 또한 6편 중 4편이 여성 감독의 손길을 거쳐 섬세하게 직조된 장르영화로 구성됐다.

멀티미디어 아티스트이기도 한 샤를로트 콜베르 감독의 영국영화 <마녀들의 땅>은 피에 젖은 여성의 역사를 들춰내는 처절한 복수극이다. 주인공은 어린 시절 유명 남자 감독의 영화에 출연해 스타덤에 올랐으나 당시 겪은 불행한 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여성 배우 베로니카. 그는 유방 절제 수술 후 요양차 스코틀랜드 한 지방을 찾는데, 이곳이 과거 마녀사냥이 자행되던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기묘한 일을 겪기 시작한다. 스페인 카를로타 페레다 감독의 <피기> 또한 섬뜩한 복수를 다루는 영화다. 몸이 비대하다는 이유로 친구들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들으며 무시당하던 사라가 마을에서 소녀들을 납치하는 남성을 목격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사라는 이 남성에게서 느껴지는 일종의 연대감에 자신을 죽어라 괴롭히던 소녀들에 대한 복수심을 얹어 남성의 존재를 숨긴다. 2019년 전주에서 상영된 동명의 단편영화를 장편으로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제나 카토 바스 감독의 <굿 마담>은 사회의 심연에 인종주의와 노예제의 뿌리가 여전히 남아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배경으로, 한 여성의 심리적 공포를 그려낸다. 주인공 치디는 엄마와 함께 생활하기 위해 케이프타운 인근 부촌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다. 치디는 오랜 세월 동안 백인 ‘마담’을 섬기고 살아가는 엄마의 태도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이와 동시에 공포와 환상 속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핀란드 한나 베리홀름 감독의 <부화>는 독특한 상상력에서 시작된다. 체조선수로 활약하는 열두 살 소녀 티니아는 언제나 최고이기를 바라는 엄마의 압박에 시달린다. 엄마가 집 안으로 들어온 새를 죽이고 난 얼마 뒤, 티니아는 우연히 새알 하나를 발견해 집으로 가져온다. 그런데 놀랄 만큼 크게 자라던 이 알에서 놀라운 존재가 나타나면서 티니아의 삶은 완전히 달라진다. 예측 불가한 전개 속에서 억압된 소녀의 심리가 투영되어 나온다.

에실 보그트 감독의 <이노센트>도 놀라운 상상력의 영화다. 노르웨이 변두리의 주택 단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의 주인공 아이들은 따돌림을 당하거나 자폐증을 앓고 있다. 그런데 이들에게 초자연적 능력이 감춰져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아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자각하면서 텔레파시, 염력, 마인드 컨트롤 등을 발전시켜 나간다. 하지만 ‘슈퍼 파워’는 이상한 방향으로 작동하기 시작하고 아이들은 서로 맞서게 된다. 순수로부터 탈주하는 아이들의 세계를 장르적 코드를 수단 삼아 보여주는 영화다. 티베트 출신 젊은 중국 감독 지크메 트린리의 데뷔작 <하나 그리고 넷>은 제한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스릴러다. 분명 구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몽>에서 깊은 영감을 얻었을 법한 이 영화는 외딴 산장을 배경으로, 산장지기와 이곳을 차례로 들르는 낯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모호한 진실의 실체를 따져 묻는다. 이 영화의 프로듀서이자 현재 티베트 영화계를 대표하는 감독인 페마 체덴은 지크메 트린리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글_문석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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