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미래는 과거에 있다”고 장뤼크 고다르는 말했다. 올해 처음 시작하는 섹션 ‘시네필전주’는 이 문장이 담고 있는 진리, 즉 영화의 역사를 ‘살아 있는 것’으로 취급하는 영화로 채워질 것이다. 현재의 시선에서 논의할 가치가 있는 영화를 망각으로부터 구해내기 위해 그들을 재방문하고, 과거를 다루는 신작을 통해 영화사의 새로운 맥락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이 섹션은 과거의 향수에만 몰두하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를 생각한다’는 능동적인 행동을 촉구한다. 영화를 통해 영화에 대해 생각하고, 그 영화가 다루고 있는 인간의 삶과 역사에 대해 사유하는 움직임을 만들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영화나 감독에 대한 수많은 책과 논문, 기사가 넘치지만 그들이 다루고 있는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기란 너무도 힘든 일이 되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제대로 사유하기 위해 제대로 본다는 그 첫 번째 단계를 실현하려 한다.
‘영화란 무엇인가?’ 이 섹션은 앙드레 바쟁이 던진 신화적인 질문을 되새김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며 기술, 제작, 상영이 새로운 규칙을 확립하는 것처럼 보이는 지금 시대에도 우리가 여전히 영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동시에 끊임없이 변화하는 규칙을 읽어내려는 시도 속에 있다는 것을 일깨운다. 한마디로, 이 섹션이 대표하는 것은 저항과 사유다. 이 글의 시작에 썼듯 영화의 미래가 과거에 있다면, 영화가 어떠한 위협을 받더라도 절대 죽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 섹션이 그 증거가 되기를 바란다.
섹션 내 특별 구성으로는 ‘영화의 운명’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과거와 현재를 이어가는 두 작품을 짝을 지어 소개한다. 그 첫 번째로 폴란드영화의 역사적 순간을 기록할 예정이었으나 미완으로 끝난 안제이 주와프스키의 SF 대작 <은빛 지구>와, 이 영화의 기구한 운명을 들려주는 다큐멘터리 <은빛 지구로의 탈출>이 소개된다. 두 번째로는 포르투갈 모던시네마를 대표하는 감독 파울루 호샤가 일본에서 촬영한 <사랑의 섬>과 호샤를 알고 그와 함께 작업한 이들이 진술하는 감독의 초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파울루 호샤에 대하여>가 있다.
그 외 셰익스피어 각색작 중 가장 이상한 영화로 꼽히는 장뤼크 고다르의 <리어왕>과,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며 <맘마로마>를 선보인다. 알렉산더 O. 필립의 <테이킹>은 수많은 서부극에서 보여진 모뉴멘트밸리와 그 위풍당당한 지형을 보여준다. <영화관을 말하다>는 베를린을 대표하는 극장, 아르세날 영화관에 대한 이야기이자 그 공간을 만든 부부의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다. 니나 멩키스 감독은 <세뇌된 시선>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문법이 실은 남성의 시선을 통해 구축된 것임을 기술적으로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볼 기회가 너무 적어 신화적인 존재로 남은 <어떤 방법으로>는 쿠바 영화의 선구자 중 하나인 사라 고메스 감독의 유일한 장편으로, 쿠바혁명 이후의 사회와 개인사를 보여준다.
글_문성경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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