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의 ‘국제경쟁’ 섹션에서는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장편영화를 연출한 감독들의 작품 중에서 아시아 최초로 상영되는 작품을 대상으로 예심을 거쳐 선정된 열 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올해의 국제경쟁 섹션은 다큐멘터리가 강세를 보였던 예년과 달리 다양한 시선을 보여주는 극영화들과 독특한 영상미를 지닌 실험적인 작품들이 선정되었다.
우리에게도 친근한 배우 이강생이 주연을 맡아 ‘쓸쓸함’이 극대화된 연기를 보여주는 중국 작품 〈부재〉와, 개울가에서 우연히 만난 남녀가 물수제비 놀이를 하다가 강물에 던진 돌멩이를 찾으며 일어나는 사소한 이야기로부터 감정의 흐름을 포착해내는 〈돌을 찾아서〉 같은 동아시아 작품들을 비롯하여, 튀르키예의 젊은 세대가 마주하고 있는 걱정거리와 불안감을 등장인물들의 긴밀한 관계 설정과 연출력으로 유쾌하게 보여주는 〈가벼운 재앙〉, 덴마크의 시골 마을에서 양부모와 조용한 일상을 살지만 정체성의 혼란이라는 내적 갈등을 겪는 한국계 입양인의 심리를 그린 말레나 최 감독의 자전적 영화 〈조용한 이주〉, 그리고 한 도시에 사는 것 말고는 어떤 공통분모도 없는 네 주인공의 이야기를 각각 풀어내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아름다운 흑백 영화 〈구름에 대하여〉까지 새로운 시각으로 ‘내면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젊은 감독들의 도전을 만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고향을 방문했다가 갑자기 사라진 유명한 피겨 스케이팅 선수를 찾아 나선 한 저널리스트의 이야기를 신비로운 영상으로 담은 캐나다 작품 〈밤의 우회로〉와 스페인 팜플로나에서 열리는 황소 축제에서 사망한 삼촌 H와 혼돈의 축제 현장을 거친 영상이지만 기묘한 체험으로 이끌어 내는 스페인 작품 〈H〉, 귀를 때리는 테크노 음악과 광란의 춤이 넘쳐나는 파리의 어느 클럽에서 벌어지는 애프터파티를 통해 젊은 군상을 그려낸 프랑스의 〈애프터〉까지, 과감한 영상과 사운드, 음악을 통해 기존의 틀을 벗어나고자 하는 작품도 만날 수 있다. 한편 버지니아 울프의 「올란도」에서 영감을 받은 〈올란도, 나의 정치적 자서전〉은 성전환이 단순히 젠더의 문제만이 아니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프랑스의 다큐멘터리이며, 1960, 70년대 구소련을 배경으로 주인공의 비극적인 삶을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절제된 흑백 영상을 통해 보여준 우크라이나 작품 〈사셴카〉는 지금까지도 전화에 휩싸여 있는 우크라이나의 현실을 투영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작품들이다. 이번 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이상 열 편의 국제경쟁 섹션 경쟁작들을 통해 젊은 영화인들이 만든 다양한 장르의 패기 넘치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프로그래머 전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