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단편경쟁’ 작품들은 주제부터 작업 방식까지, 팬데믹의 영향 아래 놓인 시도를 다수 만났다.
가정과 사회 안팎의 돌봄을 고민하는 영화가 대세를 이뤘고, 어린이, 노인,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질문하거나 보호 종료 청소년, 결혼 이주 여성, 외국인 노동자 등 또렷한 문제의식을 대변하는 인물을 앞세워 그들의 자리를 지켜보게 하는 영화가 많았다. 작품 내부에서 관객의 첨예한 토론보다 묵묵한 관찰을 이끌어내는 구성이 잦았고, 심사위원들은 그 시선의 책임감과 섬세함을 동반한 사례들을 지지했다. 이러한 관점은 불안한 청춘이나 갈등하는 연인을 조명한 작품에 대한 평가에도 유효했다.
전염병의 여파는 질병과 종말의 상상력, 자가격리 해프닝, 작업 방식의 변화와 같은 소재로도 나타났다. 세태를 반영하는 디테일로 재치를 드러내거나 세태에 집중하느라 놓친 인간의 심리를 포착해내는 작품이 반가웠다. 성 차별에 대한 사회구조적 접근은 줄었고, 개인적 차원에서 성과 삶의 해방을 좇는 경우가 돋보였다.
형식 면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브이로그 포맷의 등장이다. 다큐멘터리 연출이 가미된 극영화는 낯설지 않지만 유튜브식 자막과 효과음이 삽입된 단편영화는 새롭게 다가왔다. 짧은 영상으로 일상을 기록하는 브이로그의 문법과 단편영화의 조건은 그리 멀어 보이지 않는다. 예심 심사위원들은 그 재기 발랄함에 경도되기보다 형식과 내용이 맞아 들어가면서 일격을 가하는 영화의 손을 들어주기로 뜻을 모았다.
편의에 의해 일련의 경향을 밝혔습니다만 한국단편경쟁 부문에서 선보이게 된 25편은 각기 다른 매력을 지녔다. 그 중에는 영화제의 영원한 단골이라 할 수 있는 ‘영화에 관한 영화’들도 있다. 시대가 흐름에 따라 소재와 형식은 변하고 있지만 영화를 향한 애정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감했고 그 마음에 동감하는 관객 여러분께서 한국단편영화의 지금을 함께해 주시기 바란다.
한국단편경쟁 예심 심사위원
강진아, 김예솔비, 남선우, 변규리, 정지혜, 진명현, 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