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론트라인'은 도발적이고, 독립적이며 새로운 시선을 보여주고자 하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섹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도 여러 사회문제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또한 비극적인 정치 상황으로 인해 일어나는 사건들을 도전적인 시각으로 보여주는 여덟 편의 문제작들이 상영된다.
특히 올해는 다수의 극영화를 만날 수 있는데, 우선 <그녀의 묻혀진 이야기>는 타이완의 장개석 정부가 좌익 세력을 교화시킨다는 명분으로 저지른 백색 테러 중에, 작은 섬 루다오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남성뿐 아니라 많은 여성 수감자까지 억울하게 처형당해야 했지만, 이 사건은 이후 수십 년 동안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시되었다. 언론인 출신의 제로 츄 감독은 여성수감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이들이 끔찍한 상황 속에도 어떻게 연대하고 우정을 나누었는지 보여주면서 국가권력에 의해 행해진 비극적인 폭력을 고발한다.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죽음의 항해>는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던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의 두 청년이 미국으로 가기 위해 몰래 승선한 화물선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을그린 작품이다. 화물선 선장을 비롯한 정규 선원들과 필리핀과 타이완 선원 등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밑바닥 선원들 사이의 계급과 차별 문제 역시 화물선이라는 공간 속에서 강렬하게 다루고 있다. 한편 이탈리아와 프랑스 국경지대인 알프스 산맥 외딴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하얀 천국>에서도 불법 이민 문제는 유럽의 중요한 화두라는 것을 보여준다. 알프스를 통해 국경을 넘으려는 아프가니스탄 여성을 돕는 주인공과 불법이민자에 대한 증오로 이들을 죽이려고까지 하는 마을 사람들의 갈등이 하얀 설원에서 펼쳐진다. 모스크바 외곽의 편의점을 배경으로 중앙아시아 출신의 불법 이주 노동자 문제를 다룬 <불편한 편의점> 역시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와 이에 대한 저항과 굴종을 느린 속도로 드러내면서 보는 이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 작품이고, 골란 고원을 배경으로, 47년 동안 고향을 떠났던 동생이 돌아오자 사제로서의 의무와 가족 간의 정 사이에 갈등하는 한 사제의 이야기를 다룬 <붉은 사과의 맛> 역시 증오와 연민 사이의 갈등을 섬세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런 극영화들과 함께 쿠바에서 반혁명분자로 체포되었던 시인 에베르토 파디야가 풀려나면서 열었던 기자회견을 기록한 <파디야 사건>은 ‘표현의 자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며, 2018년 가을, 정부의 조세 개혁에 반대하는 운동에서 시작하여 프랑스 정국을 혼돈으로 몰고 갔던 ‘노란 조끼 운동’에 대한 기록인 <노랑 조끼의 프랑스>, 그리고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자를 죽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7년 동안 복역한 뒤 사형까지 집행된 이란 여성 레이하네 자바리의 억울한 사건을 다룬 <바람이 나를 데려가게 해주오>까지 세 편의 강렬한 다큐멘터리를 만날 수 있다.
프로그래머 전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