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즈'는 거장의 신작을 소개하는 섹션이자, 한 영화제가 어떤 감독과 영화를 옹호하고 지지하는지를 밝히는 자리이기도 하다. 단순히 유명 영화제의 최근 수상작을 한데 모으는 것이 아니라 영화제 프로그래밍에 대한 생각을 정립하는 곳이다. 올해는 이 섹션의 선정작 목록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전주국제영화제의 특성을 이해하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이 영화들을 관람하는 여정은 영화의 현재 상황을 알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최근 사건을 통해서, 혹은 과거를 회고하며 자신들의 가치관을 이야기하고 때론 단순히 픽션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세계에 대한 인식을 보여줄 것이다.
라브 디아스는 다시 한번 한 가족의 이야기로 돌아가 삶의 운명을 흔드는 정치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임스 베닝은 북미의 작은 마을을 꼼꼼히 응시하고, 이그나시오 아구에로는 과거 역사를 다룬 한 권의 책을 통해 미래에 제작될 한 편의 영화에 대한 메모를 남기는 영화를 만들었다. 하인츠 에미히홀츠는 중남미 몇몇 건축가들의 작품을 통해 근대와 현대의 교차점에서 만나는 공공장소에 자본의 영향을 드러낸다. 로라 포이트러스는 낸 골딘의 초상과 제약사업의 과잉과 남용에 대항하는 투쟁의 현장으로 관객을 이끌고, 폴 슈레이더는 폭력과 구원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를 들고 왔다. 클레어 드니는 니카라과의 정치적 기복에 사로잡힌 매력적인 캐릭터를 창조하고, 유진 그린은 산 자와 죽은 자를 주인공으로 한 현실적인 우화를 들려준다. 아다치 마사오는 최근 일본 사회에 일어난 가장 충격적인 정치 사건을 극영화로 짧지만 강렬하게 풀어내고, 라두 주데는 전함 포템킨의 유명한 역사를 되짚는다. 여기에 아시아의 두 거장 감독, 중국의 왕 샤오슈아이와 일본의 사카모토 준지는 현재와 먼 과거를 배경으로 삼았지만 어려운 시기의 사회적 행동을 보여준다.
작가들의 신작은 세계와 영화의 현재 상태를 보여준다. 세상은 끓는점에 있고, 우리가 살아야 하는 이 시간은 전혀 평화롭지 않다. 아마도 이들이 영화라는 도구로 보여주는 이 세계에 대한 관심이야말로 숙련된 영화 장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진정으로 거장이라는 호칭을 입증하는 것일 테다.
프로그래머 문성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