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천국' 섹션에서는 다양한 세대의 관객을 아우르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갖춘 아홉 편의 작품들이 소개된다. 그만큼 '월드시네마' 못지않게 완성도 높은 영화들을 더 캐주얼하게 만날 수 있는 섹션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의 시네마천국 섹션에서는 우선 통통 튀는 성장 영화들을 만날수 있다. 엄마가 세상을 떠나자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만들며 혼자 살고 있는 맹랑한 열두 살 소녀 조지에게 어느 날 아버지라는 사람이 나타나며 일어나는 변화를 유쾌하게 그린 <스크래퍼>, 1980년대를 배경으로 부모의 이혼과 입시 스트레스로 힘든 나날을 보내는 고교 졸업반 스텔라가 파리의 유명한 클럽 ‘레 뱅 두슈’에서 춤과 춤꾼 안드레에게 빠지며 청춘의 탈출구를 찾는 모습을 담은 <사랑에 빠진 스텔라>는 자연스럽기도 하지만 동시에 어렵고 아프기도 한,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몽골 작품 <트리오>는 다운신드롬 환자인 아들에 대한 주변의 시선으로부터 아들을 홀로 설 수 있게 하는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정성을 다해 그녀를 보내드리는 아들의 애틋함이 느껴지는 감동적인 작품이고, 홍콩 작품 <마라맛 이야기>는 팬데믹 시기에 재택근무를 하던 주인공 코바가 엄마의 매콤한 칠리소스를 상품화할 궁리를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유쾌한 가족 코미디다.
한편, 브라질을 대표하는 음악인 삼바의 기초를 만들었고, 많은 명곡을 남긴 브라질의 국민음악가 피싱기냐의 전기 영화 <삼바의 아버지, 피싱기냐>와 보사노바의 대표적인 작곡가이자 가수였던 주앙 질베르투의 부인이자 역시 뛰어난 보사노바 가수인 치쿠 부아르키의 누나이며 베벨 질베르투의 엄마이기도 한 보사노바의 대표적인 여가수 미우샤의 전기영화 <보사노바의 목소리, 미우샤>는 브라질 음악의 매력을 한껏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다. 또한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최고의 영화음악가 엔니오 모리꼬네의 모든 것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다큐멘터리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는 <시네마천국>을 비롯한 많은 작품을 함께 만들었던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이 만든 작품이기에 영화음악 애호가라면 놓칠 수 없는 작품이고, 핑크 플로이드와 레드 제플린, 폴 매카트니와 윙스 등 1970년대와 80년대를 주름잡았던 뮤지션들의 음반 재킷 디자인을 도맡으며 디자인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던 디자인 그룹 ‘힙노시스’에 대한 ‘힙한 다큐멘터리’ 〈LP 재킷의 전설, 힙노시스〉도 애호가들을 흥분시킬 작품이다. 끝으로 <동네책방 폴란>은 도쿄의 한 중고 책방 폴란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문을 닫게 되는 과정을 담은 일본의 다큐멘터리이다. 유명한 중고 서점가도 아닌, 주택가의 평범한 골목에서 오랜 시간 동안 영업하면서 많은 손님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 온 책방 폴란의 역사와 단골 손님들의 진한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폐업 과정이 잔잔하지만 긴 여운을 선사한다.
프로그래머 전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