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시네필전주'는 장 외스타슈의 <엄마와 창녀>(1973), 스즈키 세이준의 <살인의 낙인>(1967)과 같은 위대한 고전 영화의 복원 버전을 상영하는 것뿐만 아니라 최근 복구되어 많이 소개된 적 없는 발레리아 사르미엔토의 단편 <컬러 같은 꿈>(1972)도 포함했다. 더해, 실험 영화의 상징적인 인물 요나스 메카스, 스파게티 웨스턴 장르의 대표 감독 세르지오 레오네, 아녜스 바르다의 눈으로 본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와 같은 영화 역사 속 거장의 기억을 구출하는 다큐멘터리도 준비했다.
지난해에 이어 고전과 원작에 영감을 받아 만든 영화를 묶어 ‘더블 피쳐’ 형식으로 소개하는 작품이 있다. 파울루 호샤의 <녹색의 해>와 포르투갈 리스본 촬영 장소에서 고전 <녹색의 해>의 장면을 되새기는 다큐멘터리 <이 거리는 어디에 있나요?> (주앙 페드로 호드리게스, 주앙 후이 게라 다 마타 공동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부디 <녹색의 해>를 먼저 관람하고, 신작 다큐를 연이어 봐 주시길 부탁드린다.
뿐만 아니라 익명의 영웅이라고 불릴 자격이 충분한 이들에 대한 영화도 있다. 프랑스 영시네마 국제영화제의 창시자들, 뉴욕 명소 킴스비디오의 김용만 사장, 필리핀 영화의 역사에서 사라진 귀신들. 혹은 저평가되어 더 알려져도 좋을 일본 실험 영화 감독 오쿠야마 준이치(Okuyama Jun’ichi)와 사회정치 다큐를 높은 완성도로 보여 줬던 라틴아메리카 영화 영웅인 콜롬비아 감독 루이스 오스피나의 유작에 이르기까지 영화 역사의 중심과 주변의 인물들을 제시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번 시네필전주는 작은 규모이지만 고다르를 기리는 자리도 마련했다. 다만, 그의 영화를 상영하는 방식이 아닌 그의 삶과 사상을 보여주는 다큐 두 편을 통해 고다르를 추모해 보려 한다. <고다르 시네마>는 고다르 감독의 삶과 작업에 대한 안내서이고, <고다르 감독에게 묻다>는 영화에 대한 고다르 감독의 생각을 직접 들을 수 있는 보석 같은 인터뷰로 채워져 있다.
마지막으로 올해부터 시작되는 미니섹션인 ‘게스트 시네필(Guest Cinephile)'은 매년 영화 복원 및 보존 분야의 저명한 인물을 초대하는 공간이다. 아카이브 관리자부터 영화의 과거를 살리는 데 전념하는 회사, 영화제, 연구소에 이르기까지 영화 역사와 관련된 일을 하는 이들이 전주의 영화팬들에게 소개할 작품을 큐레이팅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그 첫 시작을 하버드필름아카이브(HFA)의 헤이든 게스트 원장과 함께 한다. 노예무역이라는 정치사회적 문제를 시각적 혁신으로 드러내는 걸작 메드 혼도의 <웨스트 인디스>(1979), 40여 년 전 영화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기체 영화 만들기라는 방식이 놀라울 정도로 현재적인 에드 핀커스의 <다이어리(1971~1976)>(1982)를 디지털 복원 버전으로 상영한다. 또한 두 편의 북미 실험 영화 갓프레이 레지오의 다큐멘터리 <코야니스카시>(1983)와 전설적인 영화감독 스탠 브래키지의 단편영화 <세속적인 쾌락의 동산>(1981)은 HFA의 소장 35mm로 상영한다. 영화 상영 시 헤이든 게스트 원장의 해설을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도 제공될 예정이다.
프로그래머 문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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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필름아카이브는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대학 기반 영화 컬렉션으로 아방가르드영화, 구소련 무성영화,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예술영화, 한국 및 일본 영화, 다큐멘터리, LGBTQ 영화, 고전 할리우드 및 90년대 독립영화 등을 보유하고 있다. 독창적인 큐레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연중 영화사와 현대 영화를 소개한다. 하버드필름아카이브의 보존 프로그램은 독립영화, 아방가르드영화, 아프리카 영화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1976년 비주얼환경학부 내에 설립되었던 하버드필름아카이브는 현재 하버드대학도서관의 한 부서로 운영되고 있다.
글: 헤이든 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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