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가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출범 10주년을 기념하며 특별전을 개최한다.
저예산 장편영화의 제작 활성화를 목표로 2014년 시작된 전주시네마프로젝트는 지난 10년간 국내외 독립·예술영화 33편을 제작투자하며 전주국제영화제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그간 전주시네마프로젝트는 새로운 목소리를 자유로이 내는 창작자를 지키는 일종의 ‘보호 구역’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재능 있는 신인 감독들의 등용문이기도 했고, 수지 타산을 따지는 계산법에서 벗어나 누구도 시도하지 않는 영화를 지지하는 해방구가 되기도 했다. 그 시도들이 영화의 질을 모두 보장한 건 아니지만, 때로는 시도 자체가 가치를 만드는 순간들도 있었다. 또 프로젝트를 기획할 초기 단계부터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전주시네마프로젝트로 선정된 영화들이 시대정신을 반영하거나 실험적인 영화 형식을 선도하면서 동시대 감독들의 ‘인재 풀’ 역할도 수행하였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는 영화제가 장편영화 제작투자를 10년 동안 ‘제도’로서 운영한 독특한 사례로, 매년 새로운 영화를 이 세상에 탄생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제작비와 창작의 자유를 제공하는 총괄 프로듀서로서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처음에는 실험으로 시작했던 것이 성공적인 결과를 내기 시작했고 ‘전주시네마프로젝트' 라벨은 이제 세계 유수영화제에서 주목받는 품질보증서가 되었다.
일례로 벤하민 나이스타트 감독이 마르델플라타국제영화제에서 <엘 모비미엔토>로 작품상을 받았고, 박정범 감독이 로카르노영화제에서 <산다>로 청년비평가상을 수상했으며, 김대환 감독이 <초행>으로 같은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받아 이목을 끌었다. 다미앙 매니블도 <이사도라의 아이들>로 로카르노에서 감독상을, 로이스 파티뇨의 <삼사라>는 베를린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거머쥐었다. 특히, 이창재 감독의 <노무현입니다>는 다큐멘터리로는 이례적으로 극장관객 185만 명을 넘기는 기록을 세우며 프로젝트의 장기 안정성을 보장해 준 큰 성과였다. 안타깝게도 여러 가지 사정으로 올해 영화제 기간 모든 참여작을 상영할 수는 없기에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초중기 영화를 중심으로 열 편을 상영하고, 감독 및 제작진의 에세이와 영화 비평이 담긴 책자를 발간해 그 역사를 기념해 보려 한다.
지난 10년간 전주시네마프로젝트는 수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어왔다. 이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한 프로그래머들과 관리를 맡았던 스태프들, 감독, 프로듀서를 포함한 영화의 완성에 힘을 보탠 이들, 심사에 참여했던 산업 전문가, 다른 영화제로 영화를 소개해 왔던 외국 프로그래머들, 글을 써준 비평가들, 자신의 프로젝트가 선정되지 않았을 때에도 이 프로젝트를 지지했던 창작자들까지 이 모든 분들께 마음으로 감사를 전하며 전주시네마프로젝트를 지금의 위치에 있게 해준 것은 이분들의 연대가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전주국제영화제는 ‘디지털 삼인삼색’부터 ‘전주시네마프로젝트’까지 23년이 넘게 영화 제작에 관여하며 ‘프로듀서로서의 영화제’라는 독특한 모델을 만들어 왔다. 이는 영화 역사에서 굉장히 희귀한 사례로 영화를 보여주기만 하는 영화제가 아니라 제작도 하는 영화제로 전주가 영화제의 역할에 대안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는 영화제가 제작해 온 영화, 수년 동안 지지해 왔고 앞으로도 지지할 영화들의 일체이자 전주국제영화제의 동의어로 앞으로도 나아갈 것이다.
프로그래머 문성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