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에서 제작된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만날 수 있는 ‘월드시네마’ 섹션은 감독들의 색다른 시선과 새로운 형식에의 도전, 의미 있는 메시지를 높은 완성도와 함께 보여준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올해는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검증된 작품을 비롯하여 아시아에서 처음 소개되는 13편의 작품을 포함한 30편의 작품이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우선 예년에 비해 다양한 아시아 영화들이 출품되었고, 그 가운데 열 편의 작품이 소개될 예정이다. 앤서니 첸 감독의 신작 〈브레이킹 아이스〉는 중국의 동북 지방을 여행하게 된 주인공이 여행가이드, 그리고 그녀의 남자친구와 친분을 쌓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랑과 우정, 젊은이들의 방황에 대한 이야기로 세 남녀가 펼치는 미묘한 감정선과 긴장감이 겨울 풍경 속에 펼쳐진다. 한편 마설 감독의 〈낭인〉은 그와 반대로 중국의 남쪽 지방의 한 바닷가 서핑클럽에서 펼쳐지는 역시 세 남녀의 이야기이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작품을 비교하며 감상하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한편 일본 관찰 다큐멘터리의 대가 소다 카즈히로 감독의 〈고코구 신사의 고양이들〉은 우시마도라는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 자리한 신사에 어슬렁거리는 길고양이들을 담은 작품이다. 롱테이크를 고집하며 작은 공간을 깊고 세밀하게 다루는 그의 연출은 고양이들과 마을 주민들의 모습을 흥미롭게 담아내고 있다. 또한 지난해 전주를 방문했던 재일교포 김성웅 감독의 〈아리랑 랩소디〉는 가와사키시 사쿠라모토에 사는 재일교포 1세 할머니들을 20년여간 기록한 산물로, 전쟁의 체험을 이야기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인 이 할머니들이 어떻게 그곳에 정착하게 되었는지, 또 일본의 ’혐오 스피치‘에 교포들이 어떻게 맞서왔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호나카 료스케 감독의 데뷔작 〈렌탈 파파〉는 일본에서 유행하는 ’렌탈 문화‘를 극화한 작품으로, 아버지를 필요로 하는 많은 사람들과, 아버지 역할을 해주며 돈을 받는 주인공을 통해 현대 일본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축구의 나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여성 축구가 금지되었던 브라질의 첫 여성 국가대표 축구팀 이야기를 다룬 〈브라질의 골때녀들〉, 북한 여성 축구팀이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우승하고 20년 지난 후 네 명의 주축 선수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 대회가 이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보여주는 〈...넷, 다섯, 여섯...〉, 1971 년 멕시코에서 열린 최초의 국제 여자축구대회 이야기를 다룬 〈코파 1971〉까지 여자 축구를 다룬 세 편의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도 만날 수 있다.
또한 전주와 인연이 있는 감독들의 신작도 소개되는데, ‘전주시네마프로젝트’를 통해 〈이사도라의 아이들〉(2019)을 내놓았던 다미앙 매니블 감독의 신작 〈섬〉과 지난해 작품상을 받은 〈구름에 대하여〉(2022)를 만든 마리아 아파리시오 감독의 신작 〈정의되지 않는 것들〉이 초청되었다. 그밖에도 프랑스의 언더그라운드 비디오 제작자로 시작하여 성공한 할리우드 영화감독으로 시대의 아이콘이 된 미셸 공드리에 대한 다큐멘터리 〈미셸 공드리: 스스로 해라〉와 이제는 이름도 가물가물한 브랜드 ’블랙베리‘의 흥망성쇠를 극화한 〈블랙베리〉, 그리고 스페인 여성의 시선으로 인도 페미니즘의 선구자였던 로케야 호센의 이야기를 그린 깊이 있는 애니메이션 〈술타나의 꿈〉을 비롯하여 다양한 작품들이 월드시네마 섹션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프로그래머 전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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