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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X전주국제영화제] 수상작 인터뷰: <스파이의 침묵> 아나이스 타라세나 감독, 과테말라 독재의 역사를 묻다
2022-05-07 18:54:00Hits 1,044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JeonjuIFF #10호[수상작 인터뷰] <스파이의 침묵> 아나이스 타라세나 감독, 과테말라 독재의 역사를 묻다

국제경쟁 심사위원특별상 <스파이의 침묵> 아나이스 타라세나 감독
신의를 잃고 손가락질 받으며 독재자의 곁을 지킨 사람. 1970년대 말, 과테말라 독재 정권 내무부의 언론 담당으로 일했던 기자 엘리아스 바라오나의 삶은 그렇게 영원히 오명으로 남을 뻔 했다. 반정부 언론을 탄압하는 역할을 주도했던 그는 시간이 흐른 뒤 사실은 스파이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엘리아스 바라오나의 진짜 임무는 내무부의 정보를 빼돌려 민주화 인사들을 살해 모의에서 구해내고, 반군의 게릴라 활동을 돕는 일이었다. 첫 장편영화를 만든 아나이스 타라세나 감독은 추방되어 망명 생활을 한 아버지의 회고를 듣고 자라온 밀레니얼 세대로, 조국의 침통한 현대사를 건조하고도 유려한 한 편의 시적 다큐멘터리로 엮었다. 아직 아버지에게 이 다큐멘터리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그는, 시상식이 끝난 밤 떨리고 격양된 목소리로 과테말라의 땅에 스며든 수많은 핏방울들의 역사를 들려주었다.


전 군부 독재자 에프라인 리오스 몬트 정부 이전에도 과테말라는 독재 정권이 지배한 역사를 반복적으로 거쳐왔다. 첫 장편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이 주제를 다루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 계기로 시작된 프로젝트인가.
내 가족의 역사에서 영화를 시작했다. 그게 첫번째 이유일 것이다. 과테말라에서 추방당한 아버지의 일들에 관해 오래 전부터 강렬한 호기심과 일종의 의무심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두번째 이유로는 엘리아스 바라오나의 남동생인 데이빗과의 우연한 만남을 꼽을 수 있겠다. 이후 그와 친구가 되었고 데이빗이 내게 VHS 테이프를 하나 건넸다. 거기에 스파이 활동을 했음을 자백을 하는 엘리아스 바라오나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내가 이 영화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영화가 나를 선택해 스스로 찾아온 것처럼 느껴진다.

망명 생활 이후 아버지는 과테말라의 역사 청산 현황에 있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 <스파이의 침묵>을 아버지께도 보여주었는지.
아버지는 엘리아스의 존재를 알면서도 아직까지 모른 척 하고 계신다. 아마도 엘리아스 바라오나의 존재를 인정하는 일이 너무 두렵고 힘든 일이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우리 세대는 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명과 암을 정면으로 돌파할 힘이 있지만 트라우마에 휩싸인 기성세대는 그렇지가 못하다. 아버지와는 영화를 제작 중에도 깊은 대화를 하지 않았고 작품의 컨셉이나 의도에 대해 추상적인 이야기만을 했다.

폭력과 학살의 역사가 기록된 직접적인 이미지를 거의 쓰지 않았다. 다큐멘터리의 내러티브 자체가 전반적으로 드라마틱한 서사화를 지양하는 인상을 준다. 어떤 이유였을까.
의도를 정확히 알아주셔서 감사하다. 마음만 먹는다면 관객에게 충격과 집중 효과를 줄 수도 있지만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고문당한 사람들과 훼손된 시체들처럼 당대의 실상이 담긴 잔인한 영상과 사진들이 있었으나 차마 쓸 수 없었다. 대신 메타포를 부각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대표적인 예가 후반부의 폐차장 장면이다. 하나의 장소에 과거와 현재의 긴 시간이 관통하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 흘리며 죽어갔는지 은유적으로 드러내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실제로 증거자료가 정말 얼마 없기도 했다.

1970년대 자료 화면과 역사에 가담한 자들의 증언을 수집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자료가 많이 부족했던 이유는 당대의 기록물 자체가 많이 남지 않아서인가 혹은 정부 방침상 현재 접근이 불가능한 것인가?
영화에도 등장하는 자료실은 정부가 운영하는 과테말라 유일의 아카이브이지만 처참할 정도로 열악하다. 또 1940~60년대 자료는 있는데 1970~80년대 자료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거리에서 들리는 말로는 전부 다 옛날에 태워버렸다거나 혹은 해외에 팔았다는 이야기가 많다. 독재 정권이 사회 체계 전반을 장악했던 그 시기를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내용들이다.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행정부에서 역사 청산을 위한 자료들을 각 기관이나 부처, 당시의 관리자들에게 요청해보아도 모두 모르쇠로 일관 중이다. 자료의 진위 여부나 내용에 따라 재판까지 갈 수 있기 때문에 자료가 없다고 대답해버리는 경우도 허다한 것이다. <스파의이 침묵>에 나오는 자료들은 미국이나 스페인을 통해서 구하게 된 것들이 많다.

엘리아스 바라오나는 매우 외로운 시간을 통과하며 신념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일했다. 게릴라 기자가 내무부에 위장취업해 4년간 첩보 활동을 하다가 탈출한다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강한 정념을 발생시킨다. 감독이 직접 관찰한 이 실존 인물은 어떤 사람인가.
간단히 말해, 그는 너무도 좋은 친구였다.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그의 기억과 경험을 역사의 증거물로 남겨두어야만 한다는 확신이 섰다. 엘리아스 바라오나의 이야기가 정식 출간된 적은 없었지만 그는 이미 많은 일기와 메모들을 남겨둔 상태였다. 그것들이 세상에 알려져 과테말라의 역사가 복원되길 바랐고, 자신의 확고한 목적 의식에 대한 믿음도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한 인간으로서 엘리아스 역시 개인적 결함이나 모순을 품은 인간일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한들 나는 엘리아스를 지지하고 존경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 그는 죽고 없지만, 나는 한 사람이 자기 소명을 위해 이토록 헌신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앞으로도 계속 생각할 것 같다.

[글·김소미, 사진·오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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